2020년 새해인사

어릴 적 새해인사는 설부터 대보름사이에 하는 것이라고 배웠습니다. 마을과 마을이 멀고 눈이 오는 계절에는 하루 만에 인사를 전할 수 없어 설부터 대보름까지 마을과 마을을 다니며 인사하던 전통에서 기인한 것이겠죠. 또, 설 당일에는 너무 바쁠 상대를 배려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지금 인사를 남기는 것은 아니고, 말 한마디 한마디가 힘들고 조심스러워서 양력 1월 1일부터 적고 또 적다가 이제야 인사를 남깁니다. 대학시절 숙제하는 기분이네요. 다들 잘 지내시나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문장을 떠올리지만 계속 막힙니다. 복이란 무엇인가? 나는 이 글을 볼 모두가 복 받기를 원하는가?라는 질문과 답이 계속 맴돕니다. 결론만 적으면 아니죠. 사람마다 생각하는 복이라는 건 다 다른데, 그 모든 의견에 동의하지는 않거든요. “올 한 해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라는 문장이 무난한가 하고 생각하니 쓸데없는 건강함으로 주변인을 힘들게 하던 사람들 부터 떠오릅니다. 그러니 공개적으로는 복이나 건강을 쉽게 기원하지는 않겠습니다. 모든 분께 올 한 해 섬유질과 식이섬유가 함께 하시길, 심심해서 산 로또가 5등 정도 당첨되시길 기원합니다. 그리고 진짜 5등에 당첨되시거든, 다 제 덕분이니 저에게 바나나우유 기프티콘이나 하나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새해 이야기를 하려면, 작년 이야기도 해야 할 텐데, 저의 2019년은 머랄까 기억이 잘 없습니다. 일단 심히 재미가 없었고, 먼가 간간히 있는 기억들도 떠올리다 보면 순서도 잘 맞지 않고, 먼가 말도 정리돼서 밖으로 나오지가 않습니다. 머 지금은 작은 일상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으니 너무 개의치는 마세요.

올해는 말을 많이 남기는 것이 목표입니다. 구체적으로 목표를 정하고 완성된 글을 남길 생각입니다. 말을 하면 늘 오해와 비난이 따라붙는데, 사실 대부분의 정당하지 않은 의견에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습니다. 다만, 그 화살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가는 건 막기 힘들고 아무리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해도 무시할 최소한의 체력은 필요해서 그동안 조용히 지냈는데, 이제는 괜찮을 것 같네요.

첫 글이 이모양이라 언제 또 쓰나 싶지만, 요즘 생각없이 배려없이 쓴 글에 괴로운 경험이 너무 많아서요. 인사는 이쯤 적고, 다음엔 알고리즘을 교란시키기 위한 잡동사니와 충분히 익혀서 우습지 않은 글로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