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을 만들면서 느낀 것들을 글로 남겨둔다.
스텐포드 졸업식 축사에서 스티브 잡스는 세가지 이야기를 하는데, 그 중 첫째는 “점을 연결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간단하게 요약하면, 생모의 입양허락조건이 스티브잡스의 대학진학이었기 때문에 자신은 대학에 진학하였으며 비용 대비 가치를 얻을 수 없었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을 중퇴하기로 결정한다. 중퇴 하고 나서야 원하는 수업 - 캘리그래피 수업 - 을 들을수 있었다. 그때의 선택이 인생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알 수 없었지만, 10년 뒤 Mac과 MacOS를 만들면서 캘리그래피 수업때 들은 지식이 사용되었으며, 그 지식 덕분에 전세계의 PC사용자들은 모두 이에 영향을 받았다라는 이야기다. (안 보셨으면 꼭 보시길..)
회사에서 새로운 제품을 출시했다. 이름은 RECO이고 iBeacon을 지원하는 Bluetooth LE Beacon이다. 제품을 만드는 순간 순간 깨닳은 것은 대학이후 경험한 많은 것들이 이 제품을 만드는 데에 사용되었다는 것이다.
RECO는 신호를 송출하는 하드웨어와, 그 속의 firmware 소프트웨어, RECO를 이용해서 서비스를 하고자 하는 앱 개발자가 사용할 SDK와 각 하드웨어를 관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마지막으로 관리에 필요한 리소스를 제공하는 웹 서비스로 구성되어 있다. 사족을 달자면, 이 네 요소들은 비슷한 듯 많이 다르다. 소설과 에세이, 시와 노래가사 같달까.
만일, 내가 산업기능요원으로 전자회사에서 근무하지 않았다면, 하드웨어 생산에 필요한 과정과 요소를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Textcube 개발에 참여한 경험은 웹 서비스에, 엔써즈에서 ACR을 위한 SDK를 만들었던 경험은 모바일 SDK 개발에 녹아들어갔다. CT 대학원 동기들과 했던 이미지 스터디를 계기로 아두이노와 라즈베리파이를 다뤄볼 경험이 없었다면 firmware는 내게 막연히 먼 대상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아블라컴퍼니에서 LBS서비스의 Project manager로 일하며 Chester님 그리고 정규와 나누었던 수많은 이야기들은 제품을 구성하고 만드는데 있어 가장 큰 논리적 기반이 되었다. 큰 것들을 중심으로 적었지만 잔 경험들도 다양하게 쓰였다.(병특때 하던 박스 포장까지!) 모두 다 각기 다른 곳에서 다른 이유로 하게 된 일들이었고, 약 10년이 넘는 긴 시간에 걸쳐서 경험한 것들이었다. 제품을 만들며 뒤를 보니 어느새 거짓말처럼 이어지고 있었다.
이러한 즐거운 경험에 남기고 싶은 말들을 다음과 같다.
- 각각의 경험 속에서 만나 각각의 경험을 가치있게 만들어 분들께 감사하단 말을 전한다. 사실 돌아보면 불만스럽고 힘들었던 기억이 더 많다. 그러나 깊이 있는 경험일 수록 크게 도움이 되었고 그 깊이를 만든 것은 나의 힘이 아니었다. 깊이를 더해 준 모든분들께 특히 힘든 시절에 위로가 되어준 분들께 감사의 말을 소심하게 전한다.
- 점들이 이어진 가운데에는 대학교 1학년 겨울 이후 계속 품고 있는 생각 - “나는 컴퓨터를 이용해서 사람을 연결시키는 일을 하겠다” - 이 중심에 있다. 10년하고도 몇 년, 다양한 자리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했던 이 생각이 이번 점 잇기의 중심 선이 되었다. 자유롭지 않았고, 놓지도 아니하였다. 그 덕분에 좀 더 빨리 쉽지 않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 아직도 이어지지 않은 점들이 있다. 그리고 아직도 만나지 못한 많은 점들이 있다. 잡스의 축사에서도 말하듯, 점은 앞으로 연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언제나 뒤를 돌아볼때 연결할 수 있다. 언젠가 더 많은 점들이 엮여 더 큰일을 이뤄낼 그 순간들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