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 리모트 (+ 생각들)
원격 근무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거나 질문한 지인들에게 추천했던 “리모트”를 이제야 끝까지 읽었다. 책의 두께에 비해서 폰트도 크고 삽화도 많은 편이라(미리보기 추천) 한두시간 만에 읽을 정도로 내용은 짧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험담과 원격근무에 대한 고민이 잘 살아 있어 책 값이 아깝지는 않다. 경험중심의 의견이 잘 살아 있으니 원격근무를 생각하는 분들께는 추천드린다. 대신, 주변에 성공적인 원격근무 경험자가 있고, 그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 보았다면, 굳이 읽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책의 내용의 핵심은 원격근무라는 것은 결국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원격근무 중심의 회사가 어떻게 동작하는지 또 어떤 이익이 있었는지 잘 설명되어 있다. 야후의 케이스를 중심으로 한 원격근무에 대한 비판과 반론도 포함되어 있다. 참고할 것은 이 책의 배경이 국토가 넓고 교외(Suburban)라는 도시 구조가 굳어져 있으며, 어느정도 문화와 언어를 공유하는 미국(그리고 유럽)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신도시를 중심으로 한 교외지역이 형성되어 있지만, 또 대부분의 주거지가 수도권과 영남권이라는 메갈로폴리스 생활권에 속한다는 점도 염두에 둘 수 있다. 육상교통을 통해서 외국을 갈 수 없는 사실상 섬나라라는 점과 고립어를 사용한다는 점도 고려할 점에 포함된다.
이제 책에 없는 이야기를 좀 하자. 첫번째 이야기는 원격으로 일한다고 해서 모든 업무의 효율성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책에서도 살짝 언급되었지만 아이디어가 반짝여야 하는 순간 혹은 많은 이야기가 오가야 하는 순간엔 풀타임 원격근무는 오히려 비효율적인 일이 된다. 부딛히는 것 그리고 움직이는 것이 아이디어 도출과 정리에 도움이 된다.
두번째 이야기는 원격근무를 유지하기 위해서 추가적인 에너지가 든다는 것이다. 구인에서 시작해서 일을 주고 평가하는 것, 각 개개인의 상태를 인지하고 알맞게 대응하는 것이 원격근무에서는 사무실 근무에 비하여 힘든일이 된다. 또 일부만 원격근무라거나 하는 상황이라면 각 구성원을 조율하는 정치적인 감각도 요구된다. 보통 이러한 어려움은 원격근무를 통해 더 뛰어난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으로 상쇄될 수 있지만, 이미 충분히 뛰어난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거나 혹은 기존에 같이 일하던 구성원들이 원격근무로 돌아서는 순간에는 관리 및 커뮤니케이션 오버헤드가 추가로 발생함을 인지해야 한다.
세번째 이야기는 업무에 숙련된 사람만이 원격근무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원격근무 기본 전제는 신뢰인데, 업무에서의 상호간 신뢰는 실력에 의존적이다. 실력이 검증되지 않거나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원격근무는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다. 또, 교육을 하거나 받는 입장에선 원격으로 일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도 포함된다. 또, 표준적인 방법론의 적용과 오픈소스활용이 원격근무시 도움이 된다는 것도 예상가능 하다.
이런 저런 고민에도 불구하고 사무실이라는 것이 창의적인 작업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공간이라는 점과 출퇴근이 비효율적이라는 점에는 아무런 변함이 없다. 원격근무를 하지 않을 사람들에게도 이 책을 추천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이다. 하나는 창의적인 작업의 효율이라는 것에 대한 원론적인 고민을 시작했으면 하는 것이고 둘은 효율을 올리기 위한 힌트들을 얻었으면 하는 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고민은 다시 현대의 도시구조와 가족과 결혼연령의 문제, 창의력에 대한 업무평가 및 인센티브까지 확장되어야 할 것이다. 책에서는 짧게 다루고 있지만 그리 쉬운 문제는 아니다.
마지막으로 같이 볼만한 온라인 리소스를 몇개 첨부한다.
http://storyball.daum.net/episode/1469 - 임정욱님의 Lycos시절을 정리한 글 http://www.ted.com/talks/dan_pink_on_motivation - 모티베이션에 대한 Dan Pink의 TED 동영상. 왜 원격으로 일해도 일이 돌아가는가에 대한 편파적인(?) 힌트
p.s. 최근 회사에서는 코드리뷰를 큰 화면을 사용하는 대신 화면 공유서비스를 이용하여 진행했다. 회의 공간이 만석이라 책에서 힌트를 얻어 선택한 것이다. 회의실이 없어도 리뷰를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지만, 각자 자기화면을 사용하다 보니 각자가 편한 방법으로 참여하게 되어 집중도는 올라가고 피로도는 낮아지는 효과가 있었다. 개발팀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이런저런 시스템을 구축하선 꽤나 준비되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코드리뷰라는 작은 계기로 인하여 정작 업무 효율에 대해선 놓치고 있었던건 아닌가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