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서로 다른 사람에게 같은 질문을 들을 때가 있다. 반복된다는 것은 많은 이가 궁금한 것이라 생각하여 두세번쯤 들으면 생각을 정리해 둔다. 그 중 일부를 글로 남긴다.

종종 듣는 말 중 하나는 “그런 건 어떻게 알아요?“라는 말이다.

궁금한 것이 생기면 웹을 찾아본다. 기초적인걸 알고서도 더 궁금하면 책을 읽거나 수업을 듣거나 전문가에게 물어본다. 그게 끝이다. 하지만 이 것이 답은 아니다. 더 정확한 질문은 그리고 해야 하는 질문은 “어떻게 아는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진짜 필요한 질문은 “어떻게 그런 것이 궁금한가?“이다. 궁금해야 무엇이든 찾아보고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 저런 질문을 들으면 대충 웹에서 봤다고 대충 얼버무린다.

사실 이런저런 방법으로 신경써서 궁금함을 유지한다. 크게 정리하면 하나는 지속적으로 낯선 환경에 나를 밀어 넣는 것이고 둘은 호기심을 차단하는 것이다.

가장 풍부하게 다양한 정보를 얻는 것은 역시 여행이다. 여행을 가면 일정 이상 시간동안 계획 없이 랜드마크 주변으로 몇 시간이고 길을 걸어 다닌다. 길을 걷다 보면 꽤나 다양한 것들이 보인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본의 간판은 로마자의 커닝(Kerning)이 잘 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로마자 폰트와 일본어 폰트 간의 조화도 잘 맞춰둔 경우가 많다는 점 같은 것들이 길에서 얻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각 나라별 자전거 문화나 자동차 문화. 사람들이 들고 다니는 가방과 휴대폰의 사용법 등등. 한국/서울과 다른 것들이 있다면 사진을 찍거나 기억하고 다시 나중에 찾아본다. 법과 역사 등 생각보다 다양한 것들이 튀어나온다. 하지만 아무리 한가하다고 해서 매일 낯선 곳으로 여행을 다닐 수는 없다. 익숙함에서 낯선 것들을 정리할 시간도 필요하고, 현실적인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매일 일상이 같다면 종종 다른 길로 다니려고 노력한다. 가보지 않은 곳들을 가보고 다시 지도에서 찾아본다. 길에 새로 생긴 가게나 길에 붙은 광고, 특이한 구조물이 있다면 사진을 찍고 다시 찾아본다.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고 회사를 검색해보고, 뉴스를 찾아보고, 대표나 지배구조 등을 봐 둔다. SNS나 포털을 볼 때도 같은 방식이다. 조금이라도 다른게 느껴지면 최대한 자세히 다양하게 찾아본다. 각종 위키도 읽는다. 내용은 사견이 많으니 거르고 다양한 출처를 찾는 용도로 쓴다. 뉴스는 같은 소재를 다룬 것을 최소 2-3개 이상 읽는다. 언론별 중심 논점과 생각의 차이도 본다.

서점에 자주 간다. 최소 한 달에 한번. 한가할 땐 일주일에도 한두 번씩. 신간을 훑어보고, 관심 없는 섹션들도 여러 책들을 들쳐본다. 궁금한 게 있으면 꼭 개요를 읽어본다. 책은 보통 어려운 부분부터 쓰고, 그를 보충하기 위해서 입문을 쓰고, 마지막으로 총 정리하며 개요를 쓴다. 그러니깐 하고 싶은 말이 뭔지 궁금하면 개요만 읽어도 그 분야의 문제의식 같은 많은 걸 알 수 있다. 서점은 솔직한 공간이라 공간에 이미 현시대를 반영한다. 외국에 나가도 꼭 서점은 들러본다.

새로운 것들이 보이면 궁금함이 사라질 때까지 끝까지 본다. 그리고, 정리하고 더 궁금해하지 않는다. 화려하거나 소수의 의견과 평가만이 존재한다고 판단되면 충분히 무르익어 다양한 의견이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 필요 이상의 호기심을 차단해야, 가만히 있어도 쏟아지는 수많은 소식과 정보들 사이에서 다른 새로운 것들에 관심을 줄 수 있다. 새로운 것은 아는 것들과 무시할 것 사이에 있다. 무시할 것들을 정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늘 새롭고 그래서 다 알아볼 수가 없고, 그래서 타협하거나 포기하게 된다.

시간이 지나도 생각의 저변이 넓어지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지내온 환경 때문에 경험의 부족해서 그런 거라 다양한 환경을 접하고 시간이 지나면 변하겠지 라고 생각했지만, 불행히도 변하지 않았다. 이제야 아는 것은 그 들이 딱히 무언가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자기가 없는 사람들 자기를 모르는 사람들은 타인의 반응과 의견을 기준으로 지식을 쌓고, 그 속에서 논리를 쌓고, 그 것이 조금이라도 무너지면 무서운 개가 크게 짖듯 결국 아무것도 알지 못한 상태로 남을 향해 몽니만 부린다. 아무리 가까웠던 사람도 저런 모습을 몇 번 보고 나면 자연스레 멀어진다.

이런저런 것들에 대하여 ‘그런 걸 알아야 하는가?‘라고 질문하면 결국 세상에 대부분의 일은 사실 잘 몰라도 되는 거 같다. 하지만, 본성이 나쁜 사람이 아니라 자기를 잘 모르는 사람이 누군가를 상처 주는 걸 수도 없이 겪다 보니, 적어도 자기에 대해서 만큼은, 그러니깐 어떤걸 좋아하고 어떤걸 싫어하고, 어떤 상처가 있고, 내가 아는게 어떤 것이며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정도는 알아야 되는거 아닌가라고, 나쁜 사람이란 결국 자신에 대해서 특히 자신의 욕망에 대해서 알지도 못하고 표현과 감정의 조절도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만 할 뿐이다.

2018-02-22년 작성, 2023-09-21 업로드